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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유고 글

준열에게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16 00:00:00 조회 : 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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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열에게

 

 

준열에게

낙엽이 다 져버린다.

그동안 잘 있었냐. 온통 잿빛이다.

내 마음도 하늘도 온통 잿빛이다.

다 타버린 담배처럼, 그리고 또 한대의 담배에 손이 간다.

빠알갛게 타오르는 불덩이가 움켜쥐고 싶어서, 왠지 시적으로 근사하게 시

작하고 싶구나.

오늘 아침에 아리랑을 사서 하루 종일 즐겼다. 사글사글한 맛이 참 좋다.

요즘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나 엄청나게 다가온다.

며칠 전 내 방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이 지금은 싸늘한 유치장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나는 배때기 깔고 FM 들으며 아리랑을 피우며 한손엔

Hi-Tecpoint 0.5를 듣고 배부른 사색에 잠기고 있다.

뱃속에 있는 것들을 다 끌어내 여기에 적으면 좀 가라앉을는지.

신문을 통해 학내에서의 이야기를 통해 들었겠지만, 사실이 너무 엄청나지

않냐?

이번 주에 별일 없으면 토요일에 광주에 내려갈 예정이다. 일요일이 내 조카

돐이다. 많은 이야기 그때 했으면 한다. 시간 비우고 주머니 채우고 기다려 주

라.

광주직할시 시민아, 세금 더 내야겠지?

이제 도청 앞이 아니라, 그곳이 시청이 되었겠구나. 다른 곳으로 옮겼는지도

모르겠다.

 

뒷면에 詩 하나 쓰고 이만 생존소식 알리련다. 1986.11.2.

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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