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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유고 글

관념의 광란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15 13:52:05 조회 : 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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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의 광란

 

자유의 물결 넘치는

그날이 온다

아픈 환상으로

그날이 온다

원칙적 관철이

입가에 맴돌면

나의 자유는

열세뼘 대갈통에

환란으로 춤춘다

물러가라. 쳐부수자

막걸리 한잔

소주 한병

걸죽한 우리의 술잔은

무한한 진리와 자유로

출렁인다.

움직임, 부동

먹는 입으로

마시는 주둥이로

천정은 을러지고

열두살 우리 아들이

살아온다

이미 끝났다

우리의 민주는

우리에게 있어서

하나의 횃불

그리고

달구어진 얼굴은

해방의 그날을 위해

귀가한다

아침이슬은

따뜻할까

아침이슬은

미더울까

아침이슬은

긴밤을 지새운 두 뼘의

이불장으로 스며든다

사슬을 끊기에는

이미 없어져버린 내

마음이

관념의 상 위로부터

무기력하게 짓밟힌다

또한

홀로 있음은

버스위의 눈멍울로

조용히 스러진다

또한

동지의 외침은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하늘 위로 사라진다

광란

몸짓없는 사족이 광란한다

광란한다

해결은 내 깊숙이

문제는 너의 머리로

군상으로 흩어지는

관념의 광란들이

오늘밤도

내 머리를 광란케

한다

 

198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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