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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유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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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16 13:42:47 조회 : 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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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른 아침 텅빈 방안에서

사랑을 느낀다

꽉찬 사랑을 느낀다

한 숟가락의 배부름보다

더 포만감 느끼는

아름다운 새싹의 찬가를 듣는다

외로움은 이슬처럼 녹아나고

서러움도 이제는 그만이다.

한 꼬마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에서도

깨어져 있었음에 사랑이 솟는다

나의 에고에 나사를 풀어

잠시 기다리는

내 마음의 사랑을 열어제끼자

 

2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이 순수인지 잘 모릅니다

어쩌면 나쁜 것들을 깨뜨리려는 항거가

진정, 많은 우리를 위한 순수 핵일는지,

어쩌면 커피 한 잔에서 사랑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

진정, 우리를 위한 순수함일는지,

진실로 두렵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

내 마음의 사랑을 열어야겠습니다

 

3

이른 아침 한 숟갈로 배를 채우고

태워져야 하는 하루를 위해 성냥을 그어댄다.

차임벨 소리에 발걸음도 부산하다

때를 맞춰 국물에 밥을 말고

동아리에 발을 쉬고 머리로 걷는다

관념의 광란에 장단 맞추고

미적 해설집을 펼쳐든다

 

4

넓다란 광장 그 뜨거운 열기 아래

찌라시가 뿌려지고

최루탄이 살포되고

파쇼타도를 외치다

청카바에 동행된다

미제를 학습하고 토론이 밤을 샌다

민주를 위하여 자주를 위하여

이 땅의 인간해방을 위하여

새벽 찬 이슬에 젊음을 삼킨다

 

5

하루 해가 진다

또 하루가 지난다

가위눌림과 몽정이 시공을 헤치고

한 평 이불 속에서 쥐색으로 변한다

 

6

내 마음의 사립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새끼줄이 풀어진다

풀어 제쳐진다

하지만 두려워집니다

풀린 주둥이로 연기처럼 날려질 빈말이 아니기에

사랑이란 말도 항거란 말도

두 다리에 부여하기엔

너무 무거워 보입니다

 

7

우리는 알아가야 합니다

한 몸뚱이로는 충분히 알 수 없는 어려움이

우리를 하나이기에 충분케 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위선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불의이다

하나로 섬이 어려울 때

우리에겐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8

하늘 아래 들어서 우리 숲 속에서

사랑을 느낀다

꽉찬 사랑을 느낀다.

한 숟가락의 배부름과 더불어

아름다운 거목의 몸짓을 본다

다시 보고, 다시 숙고하고

새롭게 살아가는 너의 몸짓을

사랑한다, 산다

 

1987.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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