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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유고 글

자 학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15 13:51:41 조회 : 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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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학

 

소유한 자의 오만과 불손함이

없는 자의 비굴함과 자학이

오늘 아침 나를 슬프게 한다.

그리고,

아는 자의 곡학아세와

무지한 자의 아는체 함이

오늘 아침 나를 슬프게 한다.

나는,

세상에 태어난 슬픔이 나로 인하여 더욱 보여짐을

스스로 느끼며,

나의 소유와 앎에 이중부정을 부여한다.

하지만,

아버님에게 나는 둘도 없는 아들이며,

나의 슬픔을 받은 내 아들에겐

하나밖에 없는 아비일 수밖에 없다는,

내 존재에 대한 필요성에

세상에 태어난 슬픔을 자학해 본다.

이로 인하여,

내 스스로 존재의 짐을 짊어질 때,

존재에 대한 당위성은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며,

오만과 불손의 길로 빠져들어감을 또한 자학한다.

삶의 가치부여는 내 아님을,

내 존재는 역사 속에서 검증됨을

두려워하며,

내일 아침 나를 슬프게 한 이들에 대해

거침없는 행위로 거부함을

내 스스로 확인한다.

 

1987.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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