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10시~17시

02) 325-7216

후원계좌(신한) 100-028-371614 (사)이한열기념
사업회


이한열 유고 글

친구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16 13:45:24 조회 : 7495
SNS 공유  

친 구

 

술 한잔에

너의 손을 담그련다

술 한잔이

너의 손에 스며들면

술 한잔을

너의 손을 주지육림 삼아

삼켜 넘길란다

그리고,

속이 울렁이고,

목까지 가득 차면

내 더러운 오물을

너의 묘비 위에 걸쳐

놓으련다

 

1

새벽 찬 슬픔을

주머니속에 가득 담고

흙먼지 나불거리는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 뿌리련다

새벽 찬 슬픔이

어이없이 입김으로 새어나가면

바로 그 자리에 멈춰서서

잠시 하늘을 바라보련다

만약 하늘이 아직 멀다면

난 차라리 흙먼지 일으키며

새벽 찬 슬픔도 다

모두가 떨쳐 버리련다

그리고 그 뒤엔

황색 실선만이.

 

2

어느 가을날

주소없이 날아가 버린 은행잎에

나의 시선이 멈춘다

그 빈자리를 영상으로 채우며

나의 시선은 다시 멀리 날아간다

어느 가을날

정말, 정말 살아 사르고 싶어

이빨을 바득이며

멀리 날아가 버린 내 눈동자와

주소없이 날아가버린 은행잎을

왼쪽 손에

오른쪽 손에

움켜움켜 허공을 움킨다

 

3

선 선 선

면 면 면 면 면

면 면 면 면 면

그리고

이만한 공 공 간 간

그리고, 쓱쓱쓱쓱쓱쓰ㄱㅅㅅㅡㄱ

시간 시간 시시간간

그리고

또 나

또 나 나

또 나 나 나

그러면

1X2X3X4X5X6=720하고!

 

4

갑니까

갑니까

그리고요?

난 으스러지는 가버린 육신

,

옵니다

오니, 옵니다

그건 가는게 아닙니다

그건 오는겝니다

그건 오고 있는 으스러졌던

가버렸던 나의 싱싱한

육신입니다

갑니까요

아닙니다요

오고 있습니다요

 

5

버스 한대 지나간다

택시 한대 스쳐간다

자가용 한대 날아간다

발걸음으로

그들의 키를 가늠한다

그리고

손짓으로

버스를 세운다

그리고

올라타서 스치는 나는

것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큰차가 좋다

왜냐면, 난 크니까

 

6

나를 생각하는 벗이여

나를 생각하여 너를 조심해

난 너를 생각하며 너를 믿는다.

내가 믿었던 벗이여

내가 믿고있는 벗이여

나는 너를 믿음으로

나를 네 옆에 간신히 받쳐

놓는다

친구야, 몸조심해라

그리고

무사히 나오너라

이만.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