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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이야기

고등학교 때 끼적거렸던 낙서에서부터 교련복까지 평범했던 청년 이한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물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병영수첩1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21-04-27 08:04:17 조회 :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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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수첩>

오늘은 이한열이 1986년 4월 8일에 쓴 글을 소개합니다. 당시 남자 대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약 일주일동안 군사훈련교육(1학년 문무대, 2학년 전방입소)을 다녀와야 했습니다. 이 글은 이한열이 문무대 교육에서 병영수첩에 쓴 일기입니다.

4/8 화

목이 갔다.

몸이 바쁘면 우리의 사고도 멈추기 마련인가?

아무렇게나 불러대는 노래들에서 우리는 진정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 있는가?

집단 속에서의 탈피는 용서받을 수 없다.

하지만 한 집단의 필요성에 대하여 그 당위론을 내세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지금 행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부정적인 반응도 보이고 싶지 않다.

누군가 그 상황에 매몰되지 말라고 한 것이 자꾸 머리에 와 닿는다.

편히 잠을 청하지 못하는 고삼들, 밤 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을 여객들.

사람이 처한 위치에서 만족을 얻고 그것만을 참선이라고 믿는 순간만이 가장 만족스런 순간일 것이다.

불안한 마음보다는 헛되게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선다.

당시는 학생들에 대한 군사훈련 거부투쟁이 한창이던 시기였고 이 글이 써진지 불과 20일 후인 4월 28일엔 전방입소를 반대하며 김세진, 이재호 열사가 분신하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이한열의 마음이 글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학생들에게 군인정신을 주입시켜 통제하려는 군사정권의 책략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요. 뭔가 잘못되어있다고 느끼지만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씁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 일단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짐하며 글을 마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1년 3월 2일 개막한 이한열기념관 특별기획전시 《여기에 잇다》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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