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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이야기

고등학교 때 끼적거렸던 낙서에서부터 교련복까지 평범했던 청년 이한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물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1986년 11월 25일 메모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21-03-26 11:26:45 조회 :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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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이한열의 흔적은 이한열이 198611월에 쓴 글입니다.

 

 

두툼하게 차려입은 회갈색 오버코트.

겨드랑이의 철학노트가 제법 냉정하게 보인다.

경사진 일방도로를 걸어내려오며 친구의 입김과 썩지 못하는 낙엽,

저 멀리 어느 시인의 기념비가 어우러진다.

회갈색 하늘은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받지않고

어제 내린 비로 아스팔트는 마냥 물만 흘러내리고 있다

!

내가 여기 있음은 나의 뜻이다.

내가 두툼한 코트를 장롱에서 꺼낸건 나의 손이다

문득 나를 확인하고픈 가을 아침에

스스로, 패배주의를 온몸으로 거부하고자

스스로, 있음을 더듬고자

난 친구의 발걸음 뒤를 종종 따라가며

어느 시인의 감상주의를 슬쩍 그 기념비 안에 가두어 버린다.

아아~

올 가을은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나에게 투사한다.

 

이한열은 연세대학교 안에 있는 윤동주의 시비를 지나며 이 글을 썼습니다. 서시앞에서 이한열은 부끄럼을 말합니다. 이한열은 대학 입학 후 광주민주항쟁을 알게 되며 무척 괴로워했고 군부독재와 민주주의의 탄압에 분노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부끄럽지 않게살고자 했으나, 때로 무력이 동원되는 시위가 두렵다고도 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1학년의 끝자락에서, 5월 광주의 아픔을 너무 늦게 알았던 부끄럼이 아니었을까요.

 

이 글은 2021 이한열기념관 특별기획전시 여기에 잇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학예사 장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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